*‘폐지’ 담긴 법률안 주장에…"현실적 힘들어" 의견*
*장애계, "인권침해 조항…당연히 없어져야" 지적*
정신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정신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법안 내용 중 ‘강제입원 폐지’을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
장애계에서는 “인권침해 조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와 정부에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라는 의견을 내비친 것.
■‘강제입원 폐지’ 담긴 정신장애인권리보장법=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용표 교수는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장애인의 권리보장과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소개했다.
현재 정신장애인을 위한 법안은 ‘정신보건법’이 있다. 그러나 정신보건법 제 24조는 병적 상태의 경중과 상관없이 보호자의 동의에 의해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감금할 수 있는 합법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문제는 익히 알려진 바다.
현재 정신보건법 제 24조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6개월간 강제입원 시킬 수 있고, 그 6개월의 강제입원은 반복해 갱신 가능하다.
때문에 정신장애인과 보호의무자가 갈등하는 경우, 강제입원 조치가 남용될 수 있고, 정신질환자가 입원한 병원의 의사가 단독으로 계속 입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입원 기간이 장기화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1장 총칙, 2장 정신보건시설, 3장 보호 및 치료, 4장 퇴원의 청구 심사 등, 5장 권익보호 및 지원 등 그리고 6장 벌칙으로 구성된 정신보건법은 장애인 권리와 지원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
주요내용은 보호 및 치료는 비자의입원의 절차에 관한 것이며, 권익보호 및 지원 등에도 치료 과정의 권익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제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장애인의 권리와 지원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지난 9월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사항에 대한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최종심의보고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에는 정신보건법이 자유의 박탈을 허용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며 강제입원 등 관련된 조항의 폐지와 적법 절차의 보장을 권고한 바 있다.
때문에 정신질환의 예방과 정신질환자의 의료 및 사회복귀가 목적인 정신보건법을 벗어나 정신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신장애인권리보장법을 새롭게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
먼저 법률안에는 정신질환자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보건영역이 아닌 장애인복지영역으로의 통합적 접근을 위한 ‘정신장애인’ 용어를 도입하도록 했다. 특히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던 제24조를 삭제, 비자발적 입원제도의 전면적 폐지가 돋보인다.
정신장애인의 권리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하게 명시, 정신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기회 보장을 위한 근거를 명확하게 했다.
권리보장을 위해서도 자기결정권 규정, 최적의 치료 및 권리로서 변호인 등에 대한 제한적인 면회권 및 통신의 권리, 개별화된 치료 및 퇴원계획 수립, 입원 시 자유로운 의복/종교 활동/정치참여, 지역사회 중심의 응급 및 위기지원, 성년후견지원 등을 규정했다.
이외에도 기존의 사회복귀시설과 요양시설을 정신장애인지원시설로 재편, 정신장애인의 포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신설했으며,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조정할 조직으로서의 정신장애인생활지원센터 신설, 국립정신장애인복지연구기관의 설치 규정 명시 등이 담겼다.
이 교수는 “정신보건법은 초헌법적 인권침해 규정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개정안조차 의료적 이익만 고려됐다. 정신장애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장애인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보장법 제정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입원 폐지 조항 두고 ‘팽팽’=이 같은 법률안을 두고 토론자들은 내용 중 하나인 ‘강제입원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권오용 사무총장은 “지난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정신보건법과 정신건강증진법안에서 자발적인 동의에 기초하지 않고 정신장애인을 장기간 시설 수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강제입원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정신보건법 제 24조에 대해 관련해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이상은 활동가는 “당사자들이 강제입원을 통해 치료받는 과정, 생활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분들이 한명도 없다. 어떤 분들은 두드려 맞고 수갑을 차고, 어떤 사람은 창문을 깨고 이송당하고 주사를 맞고 입원 당한다”며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강제입원 통해 병원 들어가면 처음 느끼는 것이 수치심이다. 보여주고 싶지도 않은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며 “우리에게는 현실이고 삶이다. 의료계에서는 기분 나쁘게 듣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경수 교수도 “정신보건법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장기 입원치료 및 정신의료기관 등 시설운용에 중점을 두고 있고 불필요한 자기입원이라는 폐해를 양산한다”며 “정신보건법 제24조에 의한 정신장애인들의 비자발적 입원은 국가에 의한 권력남용의 대표적인 예”라고 힘을 보탰다.
반면, 의료계와 정부 측 입장에서는 강제입원 폐지에 대해 물음표를 표했다. 현실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창윤 교수는 "강제입원 자체가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배된다, 폐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강제입원을 필요하다. 강제입원 당할 때는 인권침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옳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보호자들의 뜻대로 입원하는 것이 아니고 입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모든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환자는 온돌에서 화상을 입어도, 바늘을 먹었어도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가만있는 경우가 있다. 본인을 대신해서 보호자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며 "심지어 입원도 힘들다. 보호자 두 명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입원 요청하는 것도 힘든 현실"이라며 다만 강제입원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인권침해 대책이 아닐지 생각해본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이중규 과장은 "강제입원 부분은 현재 상황에서 도입하기 힘들다. 원칙대로 강제입원을 철폐한 나라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신장애인 권리에 대해 뒤쳐진 것은 틀림없지만 강제 입원을 철폐하기는 쉽지 않다"며 "강제입원 폐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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