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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도 은행에서 근무할 수 있어요”
작성자 : (사)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 작성일 : 2013-10-07 | 조회수 : 498

*서울장복, ‘은행업무 안내서비스 도우미’ 직무 개척*
*개발원 지원…우리은행 암사동점 4명 근무 “반응 좋아”*


“안녕하십니까? 우리은행입니다!”

우리은행 암사동점에 들어서면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스무 살 청년이 90도 허리숙인 인사와 함께 문을 열어준다.

“번호표 필요하십니까?”

창구를 이용할 손님들에게는 대기표를 뽑아 주고, 공과금을 낼 사람은 자동납부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지방세 내는 걸 힘들어하면 ATM기 옆에 서서 이런 저런 어려운 점들을 도와준다. 일을 다 본 후에는 다시 나가는 문을 열어주며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꾸벅 인사를 한다.

이렇게, 참 기분 좋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청년은 ‘2013 Able-up 일자리창출사업’의 은행업무 안내서비스 도우미.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변용찬) 지원으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박춘선 세꾼다 수녀)이 지난 8월부터 시범실시 중이다.

“처음엔 우려도 많았죠. 은행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다 보니 은행측은 혹여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칠까 걱정이 컸습니다.”

그래서 아예 “지적장애인 은행업무 도우미 실습 중입니다”라는 세움 배너판을 만들어 입구에 세우고, 도우미들의 가슴에 표찰도 달았다. 내놓고 도우미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긍정적이다. 장애인들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고, 고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사실 암사동점은 저희 복지관의 주거래 은행입니다. 그리고 분기마다 1회씩 직원들이 복지관에 와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 특별한 관계라 은행 직원들은 장애인 친구들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는 편이죠.”

문제는 은행을 찾는 손님들의 반응. 더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지방세 납부를 돕다가 숫자를 계속 틀리게 입력하면 싫은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에게선 별다른 불평이 없다.

우리은행 암사점 김한성 부지점장은 “고객 응대도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한 번은 장애인 도우미들을 본 저희 고객 중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어느 분께서 부천과 암사동 화장품 가게에서 장애인 도우미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복지관과 연결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그런걸 보면, 지금 이 친구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는 거죠.”

우리은행 암사점 청원경찰인 이대상(58) 씨는 “처음에는 과연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3,4일 정도 근무하면서 교육을 시켜보니까 생각 외로 잘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제가 장애인은 잘 못할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실제 일주일이 지나니 업무도 잘 하고. 2주일이 되니 스스로 자신감이 붙어 목소리도 커지고 표정도 밝아졌다고.

이상대 씨는 도우미들의 일거리를 적극적으로 찾고 도와준 사람이다.

현재 도우미들은 한 사람씩 하루 4시간 2교대, 격일제로 일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정오(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각각 오전 오후로 나뉘어 하루 2명이 격일제로 근무하고, 은행에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복지관에서 직업훈련을 한다.

안내 도우미 동현(20, 지적장애 2급) 씨는 출입문 열며 인사하기, 테이블 닦기, 의자․볼펜 정리, 자판기 종이컵 넣기, ATM기 옆에서 보조하기 등 대부분의 직무를 소화한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직무를 다 잘해내고 있는 홍일점 안내도우미 지윤(23, 지적장애 2급) 씨는 롯데리아와 제조업에서 근무하다 새 일자리를 찾았다. 여러 곳 중 은행일이 힘들지 않고 일도 할 만한 것이 은행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깨끗하고 사람들도 많이 와서 좋고, 지방세 납부를 도와주면 할머니들이 고맙다고 인사할 때는 기분이 좋아요.”
영학(20, 지적장애 3급) 씨는 계속 서 있어야 되는 게 아직은 힘들다.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 괜찮다고.

마지막에 합류한 민화(21, 지적장애 3급) 씨는 근무한 지 열흘 정도. 190cm의 큰 키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다 보니 손님의 가슴에 머리가 닿아 인사하는 타이밍과 각도를 조절했다. 다른 세 명처럼 업무에 만족하며 은행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어 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일들이 많다. 고객 응대를 하지 않을 때는 상담 창구 등에 있는 의자와 책상 위 책들을 정리하고, 안내 테이블과 입․출금 신청서 작성하는 곳에 놓아진 펜과 신청서도 말끔히 정돈한다.

내부가 청결해졌으면 이번에는 밖이다. 바깥 입․출금기 주위의 쓰레기를 치우고, 양 옆에 비치돼 있는 봉투와 팜플릿을 정리한다. 더러 입․출금기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고장여부를 보고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이번에는 번호표 기계 뒤에 있는 손걸레를 화장실에 가서 빨아와 청소 시작. 출입문 안과 밖 손잡이를 손걸레로 닦고, 은행 내부 선반과 번호표 기계도 반짝 반짝 닦아낸다. 은행 밖 입․출금기 먼지도 훔쳐낸 다음 다시 화장실에서 더러워진 걸레를 깨끗하게 빨아서 제자리에 갖다 두면 끝.

이번에는 공과금 자동 수납기 납부용지 회수 및 납부용지 분류 작업이다. 납부기 우측에 있는 보관함에서 열쇠를 꺼내 납부기 문을 열고 납부용지 보관함을 꺼낸다. 보관함에서 납부용지를 모두 꺼낸 후 다시 보관함을 집어 넣고 열쇠로 잠가야 한다. 꺼낸 납부 용지는 표준OCR, OCR, 서울특별시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해서 분류하고, 분류한 납부용지를 가장 많은 용지 순으로 정리하여 고무줄로 묶으면 분류가 끝난다.

“여전히 손님이 없거나 할 일이 없을 땐 힘들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을 휴학 중인 직무지도원 송요한(24, 재활복지학과) 씨는 처음 한 달간 유급 근무 후 지금은 자원봉사로 매주 월요일마다 도우미들을 찾아와 힘든 점은 없는지 살핀다. 올 때마다 달라진 도우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저희가 볼 때는 은행안내 도우미는 특히 사회통합에 정말 좋은 직종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범사업도 비교적 성공적인 것 같고, 발달장애인들의 새 일자리로 적극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이대호 팀장과 김선형 담당은 다만 직무지도원 급여가 너무 적고 다른 지역에서도 은행안내 도우미 일자리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은행안내 서비스 도우미 시범사업은 이달 말 종료한다. 하지만 복지관측은 은행안내 도우미 사업을 계속 펼쳐나갈 생각이다. 우리은행 암사점의 좋은 사례를 전국 발달장애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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